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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의 뿌리 위에 핀 무궁화 한 송이

  • admin01
  • 7월 7일
  • 2분 분량

"샴페인의 뿌리 위에 핀 무궁화 한 송이", 심재현 소믈리에의 조셉 데뤼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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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52에서는 늘 ‘발효’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발효가 한국 땅의 곡물과 누룩으로 빚어졌든,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포도로부터 시작되었든 말이죠.


우리는 한국의 전통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생산자들의 와인도 함께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와인의 태생이 프랑스이든, 이탈리아이든, 그 안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담아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와인이 바로 샴페인 조셉 데뤼에(Joseph Desruets)입니다.


조셉 데뤼에는 프랑스 샹파뉴 지방 오빌레(Hautvillers)에 위치한 아주 오래된 샴페인 하우스입니다.

이 마을은 샴페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돔 페리뇽(Dom Pierre Pérignon)이 처음으로 샴페인을 만들었던 곳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 샴페인 하우스를 지금 이끌고 있는 두 형제는 한국에서 입양된 형제입니다. 그들의 할아버지 조셉 데뤼에로부터 물려받은 이 와이너리를 가족 경영으로 이어가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 모든 병의 라벨에 무궁화를 새겨넣었습니다. 샴페인의 전통과 한국인의 현재가 겹쳐지는 그 모습이, 한 병의 와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저는 한국인으로서, 이 샴페인을 처음 만났을 때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샴페인의 본고장에서, 그것도 수 세기를 이어온 전통 위에, 한국의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와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슴을 뜨겁게 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꼭 한국 손님들께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건 단순히 ‘맛있는 와인’의 소개가 아니라, ‘지금, 한국의 술이 어디까지 도달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주052에서는 이들의 Signature Cuvée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샴페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 압착기인 Darcq Flamain(다크 플라망)을 사용해 포도를 천천히 짜낸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킨컨택이 이루어져,

샴페인에서는 보기 드문 은은한 붉은빛을 띠고 있으며, 그만큼 향과 풍미의 깊이도 대단합니다.


크랜베리와 라즈베리 같은 산뜻한 과실향 위로 토스트, 브리오슈 같은 고소한 풍미, 그리고 엘더플라워처럼 흰 꽃의 섬세한 뉘앙스까지… 버터에 구운 주052의 증편이나 바삭한 튀김 요리와는 탁월한 궁합을 이룹니다.


Joseph Desruets Champagne는 단지 한 병의 샴페인을 넘어, ‘우리 술’의 새로운 정의를 보여주는 하나의 표상이라 생각합니다. 그 철학과 시선은, 주052가 바라는 발효의 방향성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이 샴페인을 마주하실 때,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정체성까지 함께 느끼실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 심재현, 주052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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