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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원 수셰프

  • 작성자 사진: admin
    admin
  • 9월 15일
  • 6분 분량

“행복하지만 날 서 있는 요리를 위하여”

주052 Junior Sous Chef 송성원

 

송성원 셰프는 ‘젊음’을 한식의 언어로 풀어내고자 한다. 조리고등학교 시절 덴마크 코펜하겐의 3스타 레스토랑 Noma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파인다이닝의 세계에 매료된 그는 대학 진학 대신 다이닝 업장에서 경력을 쌓기로 결심했다. 에빗(EVETT)에서 발효와 채집, 한국 식재료를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을 배웠고, 임프레션(L’impression)에서는 ‘정제된 본질(refine essence)’를 주제로 시금치 한 장, 애호박 한 조각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마음을 배웠다. 지금은 주052에서 “내가 직접 먹고 납득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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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052에 오기까지

Q. 지금 주052에 오기까지 어떤 경력과 경험을 거쳐오셨나요?

조리고등학교에 재학 중일 때 NOMA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파인다이닝이라는 카테고리를 처음 접하고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보다 얼른 실제 레스토랑에서 직접 경험을 쌓아보고 싶어서 고등학교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치고 바로 경력을 쌓기 위해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발효와 채집, 그리고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는 한국 식재료라는 콘셉트의 레스토랑 에빗(EVETT)에 지원했습니다. 3개월간 견습생으로 일한 후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어 1년 6개월간 근무했는데, 그동안 스낵 섹션에서 6가지 스낵과 2가지 메뉴의 준비를 도왔습니다. 워낙 창의적인 요리가 특징인 레스토랑이라 매 주 바뀌는 런치 스낵과 한 달에 한 번 교체되는 디너 메뉴를 통해 우리나라 재료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조리법에 대해서도 시야를 넓힐 수 있었죠. 주방에서의 기본 프로세스와 마음가짐을 배우고, 때로는 직접 손님을 대하는 홀 서비스에도 참여하며 외국인 손님들과 소통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러 메인 파트도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 육류를 굽거나 소스를 만들고, 스톡을 내는 등도 배웠습니다. 요리 뿐 아니라 발주 업체와의 소통하고, 때로는 레스토랑에 필요한 물품을 제작하는 한국 작가들과 함께 협업하기도 하며 시야를 넓혔습니다. 그렇게 빠르게 1년 반의 시간이 지나고 요리에 대해 더 심도 있게 고민하고 싶어, ‘refine essence’를 철학으로 요리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임프레션에 지원했습니다. 1년 9개월간 임프레션에 근무하면서 “시금치 한 장, 애호박 한 조각”에도 엄청난 의미와 정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배울 수 있었죠. 거의 2년간 내내 가니시(garnish) 파트에 있었지만, 오히려 한 분야에 오래 있음으로써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았습니다. 선배 셰프들의 사고방식과 작업 방식을 곁에서 배우며 파인다이닝의 디테일을 체득할 수 있었고, 임프레션이 2024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얻은 순간을 함께한 것도 제게는 영광이었습니다. 이후 또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지금의 주052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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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많은 선택지 중, 왜 주052를 선택하셨나요?

지금까지의 경력 모두 양식에 기반한 레시피와 테크닉을 구사하는 곳에서 근무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찾아 먹는 음식은 결국 한식이었습니다. 에빗 입사 전에 시골집에서 혼자 김장 50포기를 했고, 임프레션 시절에도 파스타는 못해도 직원식은 늘 한식 위주였습니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값진 경험을 했지만, 여전히 한식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 김장을 할 때도 발효의 원리나 레시피에 대한 근거를 알지 못했는데, 좀 더 깊이 있게 내가 좋아하고 먹는 음식에 대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그래서 약간의 휴식기를 거친 후, 이번만큼은 내가 먹어보며 더욱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요리를 하고 싶어 주052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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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곳에서 처음 느낀 분위기나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요?

처음에는 예전 직장들에 비해, 손님 입장에서 더 편하게 올 수 있는 접근성 좋은 한식 비스트로라고 생각했어요. 시장 좌판에서 판매할법한 고추튀김이나 맛있는 충무김밥 같은 메뉴들이 눈에 띄었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니 달랐습니다. 고추튀김에 들어가는 맛간장, 충무김밥의 합자장, 무조림에 쓰이는 사두된장, 쌈에 오르는 천연 발효식초 등 이 모든 것에 기대를 뛰어넘는 정성과 진정성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때로는 장과 식초 명인에게 직접 농장을 찾아가 배우고, 만든 것들이라니 의미가 남달랐어요. 기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지만, 처음 노마 다큐멘터리를 접했을 때처럼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제가 합류한 뒤로, 저희 레스토랑은 몇 달간 정말 많은 변화를 거쳐 왔습니다. 약과나 과편 같은 한식다과부터 개성 있는 저희만의 디쉬를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려는 과정을 거쳐 왔죠. 저 또한 메뉴 개발 과정에 좀 더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의견을 보탤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코스 메뉴가 새롭게 생기고 또 바뀌기도 하고, 적은 인원으로도 많은 일을 해내며, 더 나아지려 애쓰는 분위기… 이런 부분이 주052의 특징이에요. 저희는 메뉴를 개발할 때, 셰프님이 개발한 레시피를 단순히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 막내부터 홀 매니저까지 모두의 의견을 함께 나누며 더 나은 무언가를 찾아 수렴해 가는 것이 특징이에요. 기존 제 경력과는 다른 또 새로운 부분이었는데, 그래서 메뉴에 더 큰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구든 직급에 상관 없이 요리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함께 논의하며 더 나은 공간을 만들어가려는 ‘성장형 레스토랑’이라는 점이 저희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 맡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주니어 수셰프로 콜드 파트와 디저트 파트 미장, 서비스, 메뉴 개발 작업, 발주 작성 및 발주처 커뮤니케이션, 기물 제작 및 수리·AS 관리 등을 담당합니다. 또한 홀 서비스와 논알콜 우리술 페어링 관리, 서비스 보조까지 맡고 있습니다.

 

Q. 주052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고른다면 어떤 메뉴일까요?

저는 한 끼니를 온전히 배부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야 좋은 요리라고 생각하는데, 이 기준으로 본다면 비빔국수와 국밥이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에요. 누구나 쉽게 좋아하는 메뉴이고, 일단 맛있잖아요? 국밥은 저희가 직접 담근 김치를 함께 내고, 비빔국수는 어떤 고명을 올려도 어우러짐이 좋아 한식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쌈과 튀각 메뉴도 좋아하는데, 단순한 상추쌈이 아니라 농장에서 가져오는 다양한 허브와 엽채류를 레이어처럼 조합한다는 점이 신선했어요 한편으로 가장 애증이 깊은 메뉴는 전갱이 디쉬인데 흔히 미끼로 취급되던 비인기 어종을 동치미와 결합해 뻔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저희의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해요.

 

송성원 수셰프는 늘 ‘일상적인 한 끼’를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 일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052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조합하고 재해석하는 데 흥미를 느낀다. 특히 전갱이와 동치미는 그가 말하는 “젊은 한식의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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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052의 요리 철학은 무엇인가요?

주052는 한식에 기반하지만, 조선 궁중요리 같은 전통 복원은 아니에요. 저희는 젊고, 저희가 할 수 있는 한식을 해 나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육전은 스테이크와 접목해 ‘육전 스테이크’로 발전했고, 비프 쥬나 참외 장아찌, 라벤더 폼 같은 양식의 요소를 더하기도 합니다. 전갱이는 동치미의 산미를 살린 사워 소스와 함께 내며 저희만의 시선을 더했고요.

 

Q. 앞으로 더 집중해 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디저트류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발전 가능성이 많은 영역이에요. 한식에 뿌리를 두지만, “주052스러운” 추상적인 아이디어에서 이치에 맞는 디저트를 찾아가려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의 가치와 ‘함께 만든다’는 감각


Q. 주052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항상 떠올리게 합니다. 의미 없이 관성적으로 허브를 따는 것과, 목표와 이유를 생각하며 허브를 따는 건 전혀 다릅니다. 저희는 목표가 있고, 이 메뉴는 이렇게 하고, 오늘 서비스는 이렇게 역할을 잡는다는 모든 과정이 제겐 일을 이어가는 원동력과 근거가 됩니다.

이곳에서 팀원들과 함께 일하며 한식의 장, 한식 레시피도 배우고 있지만 ‘사람’과 동료에 대해서도 많이 배두고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걸 처음 만드는 건 쉽지만, 그걸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렵다”라는 말을 제 나름의 인생명언으로 삼고 있어요. 이곳에서 느낀 건, 주방뿐 아니라 홀과도 서로 존중하며 의논하고 소통할 때 음식이 유지되고 더 좋아진다는 사실입니다.

 

Q. 주052에서 함께 만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성과보다는 ‘행복’을 만들고 싶습니다. 팀원들에게 농담처럼 “행복~”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전에 일했던 곳에서 뼈저리게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트러플을 갈고 캐비아를 퍼주는 럭셔리한 요리도, 정작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거예요. 물론 적당한 압박과 긴장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모두 주052를 떠날 때 “주052는 행복했어”라고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힘들고 좁고 어려워도, 행복 그 자체인 레스토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주052는 행복하지만 날 서 있는 요리를 하는 다이닝 레스토랑기를 바라며, 함께 이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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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요리’란 무엇인가요?

간이 맞고 밸런스가 잡힌 맛있는 요리는 당연한 이치이고, 저는 여기에 ‘의미’가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요리에 담긴 스토리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때, 단순히 맛있는 요리가 아니라 추억과 감각이 하나로 엮인 요리가 됩니다. 저는 카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추운 겨울 몸을 녹이며 먹었던 카레의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음식은 결국 그런 추억과 경험을 불러오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주052에서 그런 젊은 생각과 스타일을 담은 요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Q. 나에게 아이디어를 주는 부분이 있나요?

개인적인 경험이요. 이전에 일했던 곳에서 맛있었던 경험, 개인 여행이나 추억에서 받은 인상들이 메뉴를 기획하거나 수정할 때 큰 참고가 됩니다.

 

Q.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아직 주052 이후의 삶을 완벽히 계획하지는 못했습니다. 학교를 다시 다녀보기도 했지만, 저는 결국 주방의 열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땐 멋지고 창의적인 요리만 꿈꿨다면, 이제는 맛있으면서도 저만의 스타일을 가진 요리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방 안에만 국한되지 않고, 요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아가고 싶습니다.

사실 어디서 일하든 최선을 다하겠지만, 주052는 저에겐 정말 큰 의미가 되고 있어요. 첫 직장처럼 모든 게 처음인 곳은 아니지만, 제가 거쳐온 어떤 주방보다 많은 경험과 도전을 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칼과 도마와 재료만이 아니라, 서비스와 주류, 심지어 기물까지 복합적으로 고민하는 첫 주방입니다.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 뿐 아니라 손님의 관점에서 음식을 먹는 방법, 음식에 담긴 이야기, 서비스 세팅까지 하나의 디쉬를 위해 고민합니다. 음식뿐 아니라 음료, 서비스 환경, 외부 행사, 갈등, 주방 기기까지—사람과 음식,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생각하게 해준 곳입니다. 이곳에서 울고 웃으며, 지금껏 하지 못했던 모든 도전을 해보는 가장 도전적인 경력으로 남을 것입니다.

 

송성원 수셰프는 자신을 “행복하지만 날 서 있는 요리를 하는 다이닝 레스토랑”을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의 답변 속에는 치열한 디테일과 ‘한 끼의 의미’를 찾으려는 고민,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팀이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주052에서의 시간은 그에게 단순한 경력을 넘어, 앞으로 어떤 요리사로 성장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발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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