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현 소믈리에
- admin
- 9월 25일
- 2분 분량

심재현 소믈리에가 말하는 전통주의 다양성
주052에서 제가 맡고 있는 역할은 전통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료 페어링을 기획하고 서빙하는 일입니다. 그 안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각 술이 가진 뉘앙스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이 요리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을지를 세심하게 고민하는 것입니다. 전통주는 아주 넓은 세계를 갖고 있기에, 페어링을 구성할 때도 ‘잘 어울린다’를 넘어 음식의 흐름이나 질감, 온도, 여운까지 고려해 입체적으로 조율하고자 합니다.
한국 술의 무한한 확장성과 가능성
저는 한국 술이 지닌 스펙트럼이 상상 이상으로 넓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탁주 안에서도 숙성도에 따라, 사용하는 누룩이나 곡물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그 다양성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술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술을 ‘제대로’ 접할 수 있다면 분명히 매력을 느끼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저 역시 그런 가능성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전통주를 넘어, 논알코올 페어링까지
주052에서는 전통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논알코올 페어링도 함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직접 착즙하고 숙성한 주스나 차를 베이스로 한 논알코올 페어링은, 주류 대체재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독립적인 코스로서 작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제철 식재료와 향, 온도, 추출 방식까지 세심하게 설계하며, 전통 음료의 문법 안에서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접근합니다.
음식과 술, 공존과 조화를 이끌어내는 균형감
저는 음식과 술이 ‘대등하게’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어링이란 술이 요리를 돕는 것이 아니라, 각자 독립적인 정체성을 지닌 채로 만나 새로운 조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술을 고를 때도 음식의 짜임, 밀도, 풍미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술이 그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갖도록 설계합니다. 마치 두 악기가 각각의 선율을 연주하면서도 하나의 곡을 만들어내는 것처럼요.

주052라는 공간에서 추구하는 ‘연결’의 가치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연결감’입니다. 요리, 공간, 서비스, 음료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페어링 또한 그런 이야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설계하고 있고, 그것이 이 공간이 지닌 감도와 완성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작은 이야기가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트렌드나 보여지는 외형보다 ‘본질’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눈에 띄는 페어링을 구성하거나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 것보다, 술이 본래 지닌 깊은 맛과 그것이 음식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를 묵묵히 탐색하는 것이 저의 방향입니다. 그래서 늘 ‘왜 이 술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의미를 가진 선택을 하고자 합니다. 결국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건 ‘화려함’이 아니라 ‘진정성’이니까요.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드는 일
제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군가의 기념일이나 특별한 식사 자리에 저의 역할이 함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술 한 잔이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고, 그 순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술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선에 맞는 경험을 ‘기획’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늘 조심스럽고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비전은 ‘나의 언어를 갖는 것’
앞으로 제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아주 단순합니다. ‘제 기준을 확고히 세우는 것.’ 세상에는 정말 훌륭한 소믈리에들이 많고, 그만큼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합니다. 저 또한 아직 배우고 있는 입장이지만, 그 배움 속에서도 저만의 기준과 언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술, 내가 진심으로 감동한 음식, 내가 만든 페어링이 무엇인지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만들고 싶습니다.
술의 세계는 무한하고, 나는 그 일부로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는 술이라는 세계가 정말 무한하다고 느낍니다. 그 안에는 역사, 지역성, 기후, 사람, 문화가 모두 녹아 있고, 그것들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사람이 소믈리에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배울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저는 이 길이 정말 좋고, 제가 선택한 이 길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걷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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