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태 CDP
- admin
- 9월 15일
- 5분 분량
“One Team, 한 접시의 온도까지” – 주052 셰프 드 파티 안현태
안현태 CDP가 거쳐 온 경력은 정석과는 조금 다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방향을 바꿔 직업전문학교 과정을 밟고, 벽제갈비 센트럴키친의 탕부에서 1년 3개월간 육수와 트리밍을 맡았으며, 군 복무는 취사병으로 채웠다. 전역 후 주(오픈) 램브란트 선릉점에서 약 7개월, 이어 자사 한정식 동화고옥으로 이동해 1년 3개월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그는 ‘요리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일’로 좁아지지 않는 길을 찾고 싶었다. 주052로의 이직은 그래서 ‘다른 분야를 배우되, 나 자신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지금, 그는 핫파트의 메인 소스와 프로틴, 그릴, Saucier 업무를 누비며 “팀은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서로를 채워 넣어 돌아간다”고 말한다. 그가 자주 꺼내는 단어는 존중과 온도, 그리고 하나의 팀(One Team)이다.

Q. 지금 주052에 오기까지 어떤 경력과 경험을 거쳐오셨나요?
저는 원래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2학년을 마칠 즈음 공부가 아닌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3학년에 즉 직업전문학교 과정에 신청해 자격증 관련 수업을 들었습니다. 졸업 후 취업 연계로 ‘벽제갈비’ 브랜드의 중앙 키친에서 탕과 국을 조리하는 파트에서 1년 3개월 근무했고, 탕에 들어가는 육수 작업과 고명용 고기 트리밍을 맡았죠. 이후 군대에 가서는 취사병으로 복무했습니다. 전역 후 바로 일자리를 찾던 중 ‘오픈’이라는 외식 기업의 양고기 구이 전문점, 램브란트 선릉점 채용 공고를 보고 조건이 괜찮아 지원했고, 면접과 견습을 거쳐 정직원으로 합격했습니다. 램브란트에서는 약 7개월 근무했고, 이후 회사 사정으로 자사 내 한정식 ‘동화고옥’으로 인사 이동되어 1년 3개월 다양한 경험을 쌓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동료들이 요리를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 정도로만 생각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고, 저도 그 분위기와는 잘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퇴사를 결심했고, 지금은 주052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많은 선택지 중에서, 왜 주052를 선택하셨나요?
전 직장을 퇴사하기 전에 연차 소진 기간이 있었는데, 그때 다음 길을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제 커리어가 한식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식 외 다른 분야를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같이 일하던 형이 주052에서 사람을 찾는다고 알려줬고, 매장의 헤드 셰프가 프렌치 전공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배움의 기회가 되겠다는 기대가 생겼죠. 트라이얼 동안 매장의 분위기와 철학, 성장 방향성을 들으면서 ‘이곳이라면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결국 주052를 선택했습니다.
여기에서 일하며 정말 많은 순간이 있었지만, 처음으로 직접 손님에게 서빙을 한 날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예전에는 늘 주방에서만 일했기에 손님 앞에 서서 직접 대화하거나 음식을 설명하는 건 상상도 못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나가 보니 손님과 소통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제가 직접 만든 음식을 설명하며 서비스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도 가장 인상 깊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주052의 가장 특별한 점은?
제가 느끼기에 주052의 가장 특별한 점은, 팀이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자연스럽게 채워주면서 움직인다는 거예요. 어느 한쪽이 부족해도 다른 한쪽이 보완하며 전체가 매끄럽게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단어가 ‘One Team’—팀원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는 느낌이 정말 특별합니다.
Q. 주052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저는 주052의 흑돼지 안심 스테이크를 가장 좋아합니다. 제주 흑돼지 안심을 숯불에 구운 뒤 계란물을 입혀 ‘육전’ 스타일로 준비해요. 고기의 부드럽고 진한 풍미는 그대로 살리면서 겉은 바삭한 식감을 더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밑에는 돼지 뼈와 사골을 이틀 동안 우려내고 ‘제철 초당옥수수’를 더해 만든 소스를 깔아요. 고기의 풍미를 한층 풍부하게 하고, 위에는 참외 장아찌와 라벤더 우유 폼이 올라가 상큼함과 은은한 향을 더합니다. 마지막에 초리조 오일을 살짝 뿌려 향과 맛의 깊를 완성하죠. 여러 재료와 정성이 어우러져 독특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주052만의 시그니처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이 요리는 맛과 향도 좋지만, 제가 고기를 굽는 기술을 더욱 수련하고 발전시켜 고객에게 선보일 수있다는 점이 좋아요. 특히 자른 단면이 고르게 익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성취감과 뿌듯함이 큽니다.

Q. 주052가 요리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일상적인 식재료를 다시 바라보고, 창의적으로 변형해 새로운 요리로 만들고자 노력하는데, 소스의 중요성을 꼭 고려합니다. 사골 육수는 한식에서 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깊게 우려내고, 거기에 초당옥수수를 갈아 넣어 소스로 활용한다든지, 여름 제철 과일인 참외를 장아찌로 만들어 가니시로 곁들이는 방식이 대표적 사례죠. 이런 발상 자체가 신선했고, 고기와 소스를 먹고 나면 입이 무거워질 수 있는 흐름을 참외 장아찌가 깔끔하게 잡아주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오리·꿩 같은 조류를 활용해 변화를 시도해 보며, 손님께 더 신선한 경험을 드리고 저 또한 그런 재료를 직접 다뤄보고 싶어요.
Q. 주052의 방향성/메시지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사람마다 각자의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길을 걷다 보면 사건과 성장통이 찾아오고, 때로는 옆길로 빠지거나 쉬게 되기도 하죠. 중요한 건,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담긴 최소한의 이정표가 있느냐예요. 그 이정표가 있으면 잠시 쉬어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다시 나아갈 힘이 생깁니다. 저에겐 주052가 그런 이정표입니다. 주052가 추구하는 방향과 메시지가 제가 길을 잃지 않게 붙잡아 주는 힘이 됩니다.

Q. 팀과 함께하며 새롭게 배운 점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서비스 마인드, 제가 기존에 알고 있던 조리법의 문제점,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창의성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과장하자면, 요리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에요. 새로운 시각과 접근을 계속 접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사실, 결국 이 업계에 들어온 이상, 목표는 ‘미쉐린 스타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부족하고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입사 때와 지금의 저는 분명 달라졌어요.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저 혼자가 아니라 팀이 함께 성장해 간다면 그 목표는 단순한 꿈에 머물지 않을 거예요. 제게 가장 큰 힘은 팀원들이고, 그 힘을 바탕으로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주052를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나요?
저는 주052를 어린아이에 비유하고 싶어요. 더 멋지고, 영리하고,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성장통을 겪고 있죠. 쉽지 않지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잘 견디고 서로 도우며 나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언젠가 어디서든 “저, 주052에서 일했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부끄럽지 않은 팀과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에게 주052는 바로 그런 팀이고, 그 목표를 함께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Q.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요리’는 무엇인가요?
‘맛’이 가장 중요하고, 그 음식을 손님 앞에 올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디테일을 담아냈는가도 중요합니다. 조리를 한 뒤 요리를 접시에 제대로 올리고 고객 테이블에 서비스하는 타이밍까지 모든 과정이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손님이 음식을 드셨을 때 의도한 맛과 온도가 어우러져 전해지고, 마지막에 빈 접시가 주방으로 돌아오면 비로소 “좋은 요리였다”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리고 제게 좋은 요리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는 온도인데, 아마 고기를 굽는 경험이 많았던 때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육류를 굽고 레스팅하는 온도 몇 도 차이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너무 뜨겁거나 미지근하면 고기 안쪽이 안정되지 않고 텍스처·육즙 흐름이 달라져요. 소스도 마찬가지죠. 원하는 질감·농도를 정확히 내려면 순간의 온도가 정말 중요합니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의도한 느낌이 무너지기도 하기에, 자연스럽게 온도에 예민해졌습니다. 이런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만전을 다하고 있어요.
Q. 본인의 성향은 주052의 어떤 면과 닮았나요?
주052에는 집중·성장·차별화·기본기·존중 등 다양한 가치를 공감하는데, 그 중 ‘존중’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에요. 동료들과 서로 존중해야 신뢰가 생기고, 그 신뢰가 쌓이면 주방의 분위기도 좋아져요. 그래서 서비스와 요리를 대할 때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기본으로 두고 있습니다.

Q. 음식 외 영향을 주는 감각/예술이 있다면?
최근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찍는 걸 넘어, 촬영 전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요. “이 구도에서 빛이 어떻게 들어올까?”, “사람이 여기 있으면 어떤 분위기일까?” 같은 걸 계속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고 방식이 달라지고, 그게 서비스나 요리할 때도 영향을 주더라고요. 원래도 서비스 시 머릿속으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움직이는 편이었는데, 사진을 시작한 뒤로는 속도와 집중력이 더 좋아졌습니다. 판단이 더 빠르고 덜 복잡해졌다고 할까요. 그래서 제게 사진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활동이 되었습니다.
Q. 앞으로 요리·외식업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나요?
지금은 욕심일 수도 있지만… 저는 ‘식스맨(Sixth man)’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외식업에서 저를 아는 사람들이 “저 친구는 매장의 숨은 조력자야”라고 생각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꼭 눈에 띄지 않더라도, 필요할 때 잠깐 와서 핵심 역할을 자연스럽게, 무리 없이 해내는 사람. 매장에서 갑자기 문제가 생기거나 서비스에 이슈가 생겨도 “그래도 저 친구가 있으니까 괜찮아”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주인공이 아니어도 팀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지금의 주052 경력이 앞으로 어떤 의미가 될까요?
저는 이걸 ‘시작과 끝’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는 캐주얼한 요리만 경험했다가, 더욱 진지하게 다이닝을 지향하는 요리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배우고 다시 시작하게 되었기에 ‘시작’이라고생각하고요. ‘끝’이라고 한 건, 대학 입학 이유와도 연결돼요. 처음부터 요리를 평생 하겠다는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졸업장은 하나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 그리고 졸업할 때까지 요리를 계속 해보며 이 길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마음. 만약 그때까지 만족스럽지 않거나 실력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면 잠시 내려놓고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끝’일 수도 있어요.
저는 지금 주052에서의 경험을 통해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요리에 대한 애정도 커졌어요. 그래서 이 경험은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요리를 배우고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갈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안현태 CDP는 자신을 주연보다 팀의 리듬을 살리는 식스맨에 비유한다. 그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건 존중·신뢰·온도다. 단면이 고르게 익은 고기의 정확한 레스팅 온도, 소스의 순간 농도, 서비스의 타이밍까지—그에게 ‘좋은 요리’는 빈 접시로 클리어되는 그 순간 완성된다. 그리고 그 순간을 가능케 하는 건, 서로를 보완하는 One Team의 힘이다. 주052에서의 시간은 그에게 다시 시작하는 용기이자, 언젠가 어디에서든 “저, 주052에서 일했습니다”라고 말할 때 부끄럽지 않을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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