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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담은 주052 쌈

  • 작성자 사진: admin
    admin
  • 9월 15일
  • 2분 분량

우리의 쌈, 우리가 싸는 의미

– 주052에서 다시 꺼내 본 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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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은 한국 사람에게 참 친숙한 음식입니다.누군가는 삼겹살을 떠올릴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된장에 찍은 밥 한 숟갈을 상추에 올리던 장면을 기억하겠지요. 하지만 저희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쌈이란 단순히 여러 재료를 겹쳐 먹는 방식일까, 아니면 그 행위 자체에 담긴 의미가 더 중요한 건 아닐까?”


쌈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은, 한국에서 쌈은 오래전부터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신에게 바치기 위해 음식을 싸던 제례의 형태, 풍년을 기원하며 곡물과 나물을 싸서 바치던 농경 의례, 그리고 복을 기원하며 복쌈을 해 먹던 민속 문화까지. 쌈은 언제나 ‘첫 번째’에 있었고,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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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희 주052에서 쌈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까. 저희는 이 고민을 쌈이라는 음식의 본질, 즉 ‘싸서 전달하는 행위’로부터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단순히 여러 채소 위에 재료를 올리는 조합이 아니라, 싸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의식 같은 접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주052의 첫 번째 쌈, 장어쌈입니다.


장어는 건강을 상징하는 식재료입니다. 그 장어에, 셰프의 어머님께서 집에서 직접 키워 보내주신 와송과 신선한 양배추를 더하고, 손수 담근 쌈장으로 완성했습니다. 손님 앞에서 직접 싸서 올리는 방식은, 단순히 요리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형식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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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이후, 한 가지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정성이 담겼다고 해도, 상추나 양배추만으로는 저희가 느끼는 쌈의 개념을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향이나 식감의 깊이, 재료에서 오는 정서적 메시지가 좀 더 다양했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새로운 재료를 찾기 위해 남양주의 ‘준혁이네 농장’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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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찾은 '쌈'의 출발점

그곳에서 만난 채소들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아삭하고 산미가 매력적인 그린쏘렐, 깊은 맛의 레드쏘렐, 조개 풍미가 느껴지는 오이스터 리프, 옥살리스, 한련잎, 보랏빛 깻잎 등등. 자연스럽게 다양한 향과 맛을 가진 채소들이 눈앞에 펼쳐졌고, 그 순간 ‘쌈이 다시 시작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바로 계약을 진행하고, 이 잎채소들을 바탕으로 두 번째 쌈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바다의 복을 싸는 쌈이었습니다. 고조선 시대, 해신에게 바치던 김쌈 문화에서 착안해 전복, 홍합, 참돔으로 만든 완자적을 그린쏘렐과 오이스터 리프 위에 올려냈습니다. 산뜻하고도 깊은 바다의 풍미를 담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풍성했던 그 구성이 오히려 식사의 시작을 무겁게 만들 수도 있다는 고민도 남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조금 더 가볍고 여운이 남는 쌈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함(函)처럼 병풍처럼 펼쳐지는 구성으로, 손님이 직접 골라 싸 먹을 수 있도록 잎채소를 배치했습니다. 각각의 채소는 단순히 장식이 아닌, 향과 식감, 쌈장과의 조화를 고려해 정성껏 고른 것들입니다. 해산물은 간결하고 산뜻하게. 짧지만 향기롭고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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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은 이제 주052에서 식사의 시작을 여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복을 싸서 전하는 마음, 그리고 한국 식문화가 지닌 의미를 손님과 나누는 접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여전히 쌈을 연구 중입니다. 더 좋은 식감, 더 아름다운 향, 더 의미 있는 조합을 위해 지금도 농장을 찾고, 재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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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을 쌈답게 만드는 것은 재료가 아니라 ‘싸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을 담아, 주052는 오늘도 또 한 장의 쌈을 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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